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50)
축제의 도가니에 접어들었다 드르렁.기다렸다는 듯 마차 속에서 흘러나오는 코고는 소리에 크로비츠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에게 더 이상 도움을 기대한다는 것은 기사로써의 자존심이 용납지 않았다.어쩔 수 없다. 느릿하게라도 행군할 수밖에…….방패를 든 병사들로 하여금 마차 주변에 방어벽을 쌓도록 한 뒤 크로비츠는 진군을 명했다. 호송대는 느리게, 아주 느리게 펠젠틴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호송대가 어새신 습격대에 의해 밤새도록 곤욕을 치르고 있는 사이 마침내 날이 밝았다.빵빠라빵.아침이 되자 펠젠틴 시가지는 축제의 도가니에 접어들었다. 바야흐로 기다리고 기다렸던 황태자의 태자비 간택식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대륙 전역에서 모여든 왕녀들이 곱게 단장하고 중앙 광장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벌써 도착해서 호사스런 숙소에서 하루..
주위 사람들이 왁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율리아나의 시기적절한 대꾸에 주위 사람들이 왁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졸지에 짖는 똥개가 되어버린 사내는 참을 수 없는 치욕에 얼굴이 울그락붉그락 했다. 건방진 계집을 당장이라도 일도양단해 버리고 싶은 듯 손이 연신 움찔거리고 있었다.안 돼!그 모습을 본 세르발티 왕녀가 서둘러 둘 사이에 끼여들었다. 이곳에서 사고를 친다면 행여나 간택식에 참석하지 못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다른 방법으로 상대를 처리할 결심을 굳혔다. 생각을 정리한 세르발티 왕녀는 타는 듯한 눈초리로 율리아나를 노려보았다.네년도 간택식에 참석하려는 왕녀 신분이냐?그렇다. 왜? 이제 와서 꽁무니를 빼려고?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세르발티 왕녀는 간신히 마음을 추슬렀다.네년에게 결투를 청한다.뭐라고?네년은 내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켰다. ..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카심은 꿈만 같았다. 마틸다를 얻은 것도 모자라서 아르네 영지까지 승계할 수 있다니……. 그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고개를 조아렸다. 은인인 아르네 영주가 그토록 지키고자 노력하던 영지였고 영지 주민들의 행복을 자신이 맡아 이어나갈 수 있으니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어명을 감사히 받들겠나이다.탁월한 선택이오.카르수스 공작은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검을 뽑았다. 한쪽 무릎을 꿇은 카심의 양어깨에 검을 가볍게 가져다 댄 공작은 근엄한 표정으로 사람들에게 선언했다.본관이 국왕전하의 대리인으로 의식을 행함과 동시에 참관하였으니 경은 이제부터 자랑스런 펜슬럿의 남작이오. 이 사실을 만천하에 공표하는 바요.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박수소리가 요란하게 터져 나왔다. 짝짝짝짝. 용병대원으로부터 시작된 박수는 곧..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사소한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니 부디 묻지 않아 주셨으면 합니다. 카심의 반응을 익히 예상했다는 듯 데이몬은 싱긋 웃으며 점원을 불렀다.부르셨습니까? 술 좀 가져다 주겠나? 최고급으로만 골라 열 병 정도 가져오게. 말을 마친 데이몬이 금화를 한 잎 내밀자 점원은 마치 불에라도 덴 듯 화들짝 놀라 주방으로 달려갔다.아, 알겠습니다. 주문을 마친 데이몬은 묘한 미소를 띠며 카심을 쳐다보았다.오랜만에 동료들과 술을 한 잔 나누고 싶군. 모두들 어떤가?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다.좋은 생각입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카심의 이마에 식은땀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 비로소 데이몬이 고도의 마법사란 것을 자각한 것이다. 어쩌면 그가 마법을 사용해서 자신과 테일러 사이..
생전 처음 사랑을 느꼈다 이를 악문 라일리는 수습기간을 마치자마자 근위기사단에 자격심사 신청서를 넣었다.수석을 차지한 헤일즈와는 달리 그는 가문의 후광을 적절히 이용해야만 근위기사단에 들어갈 수 있었다. 여러 방면의 인맥을 동원한 끝에 라일리는 마침내 근위 기사단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 이후 그는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다. 헤일즈를 몰락시킬 결정적인 순간을 기다리며…….근위 기사단에 들어간 뒤, 탄탄대로를 내달리던 헤일즈에게 사랑이 다가온 것은 그 무렵이었다. 훈련소를 찾아온 수석교관의 딸 엘리스를 본 순간 헤일즈는 생전 처음 사랑을 느꼈다. 엘리스 역시 헤일즈가 그리 싫지 않은 눈치라서 둘의 사랑은 금방이라도 무르익을 듯 보였다. 둘은 그렇게 사랑을 키워나갔다.하지만 여기에 라일리의 방해가 끼여들 줄은 아무도 몰랐다...
또다시 광휘가 치솟았다 잘 있게. 틈틈이 찾아오겠네.자주 오십시오.알았다는 듯 손을 흔드는 데이몬의 몸이 곧 광휘에 휩싸였다.번쩍.데이몬의 몸은 곧 언제 있었냐는 듯 그 자리에서 꺼져버렸다. 그 모습을 한참동안 지켜보던 젠가르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토록 엄청난 일을 계획하고 계시다니 정말 존경할 만한 분이시군요. 당신을 만났다는 사실은 제게 있어 필생의 영광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모실 수 있다는 것은 더 없는 행운이라 생각합니다.묵묵히 되뇌이고 있는데 마법진에서 또다시 광휘가 치솟았다. 그 기척을 알아차린 젠가르트는 얼른 마법진으로 다가갔다. 그것은 바로 무언가가 공간이동을 해 오는 현상이었다.뭔가 잊은 것이 있으신가 보군.광휘가 사라지자 젠가르트는 얼른 허리를 굽혔다. 그러면서 그는 공간이동 해온 자가 데이몬이 분명할 것..
말 그대로 부르는 것이 값이란다 아이스 트롤의 털가죽이 고생을 무릅쓸 정도로 가치가 나갑니까?물론.단호하게 대답한 노인은 청년의 귀에 대고 나직이 속삭였다.아이스 트롤의 털가죽은 이곳에서도 비싸지만 대도시에 가지고 가면 말 그대로 부르는 것이 값이란다. 이곳에서 매입한 가격보다 족히 백 배는 더 받을 수 있지.털이 그리 부드러운 것은 아니지만 희소성 때문에 귀족부인들은 이것을 사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단다.말을 마친 노인은 여관 내부를 휘휘 둘러보았다. 무언가 정보를 캐내고자 하는 표정이 얼굴에 역력했다. 하지만 여관 내부에 있는 손님들에게서 뭔가를 알아내기는 힘들 듯 보였다. 대부분이 얼음 낚시를 마치고 목을 잠깐 축이러 온 어부들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노인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정보를 얻기가 쉽진 않겠군.'생각다 못한 노인이 점..
당분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 그곳이면 되겠어.빙그레 미소를 머금은 카트로이는 데이몬을 쳐다보았다.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커다란 동굴이 있다. 동굴 아래로 용암이 흐르기 때문에 그렇게 춥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속에는 천연 온천도 있다.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기에 데이몬은 얼굴을 폈다.용암이 분출할 위험은 없는가?물론이다. 무척 오랫동안 존재해온 동굴이니 당분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한가지 문제가 있는데 동굴 속의 온천을 많은 몬스터들이 찾는다고 알고 있다.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인데 상관 없느냐?어떤 종류의 몬스터이지.뭐, 여러 종류지만 가장 많은 것이 아이스 트롤이다. 이곳에서 무척 흔하게 볼 수 있는 놈들이지.잘 되었군.데이몬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안 그래도 그는 아이스 트롤을 이용해서 용병들을 단련시키려는 ..